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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 [로펌의기술]⑮ '날씨정보 사용료 인상' 기상청-항공사 소송전…기상청 대리한 KHL·지평 연합군, 율촌에 최종승

법무법인KHL 2021-04-21 00: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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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의기술]⑮ '날씨정보 사용료 인상' 기상청-항공사 소송전…기상청 대리한 KHL·지평 연합군, 율촌에 최종승

조선비즈 김민우 기자 / 입력 2021.04.21 06:00


1승 1패 상황에서 KHL 등판...지평과 공동전선

항공기상정보 사용료 원가 대비 15% 불과...사용자 부담 원칙 주장


기상청이 '항공 기상 정보 사용료'를 인상하면서 시작된 국내 항공사들과의 소송전은 1심과 2심, 대법원을 거쳐 고등법원 파기환송심까지 간 끝에 기상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3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히고,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하는 등 ‘반전의 연속’이었다. 결국 기상청이 최종 승자가 됐는데 상고심을 앞두고 법무법인 KHL과 손을 잡은게 결정적 요인이 됐다.




◇항공사들 똘똘 뭉쳐 소송... ‘기상정보 사용료’ 뭐길래


2018년 5월, 기상청은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인상했다. 항공기가 착륙할 경우 1만1400원, 통과비행 때4820원으로 책정했다. 직전 사용료 보다 각각 6170원(85%), 2210원(114%) 인상한 금액이었다.

그러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이스타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같은해 6월 기상정보 사용료 인상은 위법이라며 기상청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인상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기상청은 요금 인상의 이유로 '사용자 부담원칙' 및 '사용료 현실화'를 내세웠다. 세계기상기구(WMO) 권고 등에 따라 2005년부터 항공사에 정보 사용료를 부과해왔는데, 사용료를 정보 생산 원가의 10% 이하로 책정하다보니 그동안 1300억여원의 손실이 쌓였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 기준 생산 원가는 189억여원이었는데, 같은 해 항공사에서 거둬들인 금액은 12억여원으로 6.3%에 그쳤다.


또 독일·영국·프랑스 등이 생산 원가의 100%에 가까운 기상정보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는 점, 항공 기상정보는 일반적인 날씨 정보와 다르게 항공사만 사용하는 정보이므로 항공사가 요금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반면 항공사들은 기상청이 사용료 인상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실시한다'는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9%에 불과한데, 85% 인상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기상청이 국토교통부 장관과 협의를 하지 않은 점, 항공 기상정보는 공공성이라 무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점, 항공 기상정보는 국가가 독점해 사용료가 준조세와 같다는 점 등을 근거로 기상청이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각 항공사들로부터 징수하는 사용료를 인상해 국가재정부담을 줄이고, 수요자 부담의 원칙에 부합하는 사용료 징수 정책을 실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기상청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사용료 인상폭이 과하다며 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기상청이 국토교통부 제안 인상안(연간 5~10%)이 아닌 85%를 인상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강소로펌 KHL의 한 수 "국토부 의견은 참고 사항"


이처럼 2심까지 기상청과 항공사들의 전적은 각각 ‘1승 1패’였다. 1심에선 기상청을 대리한 지평이 이겼고, 2심에선 항공사를 대리한 율촌이 이겼다. 상고심 싸움이 보다 치열해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에 기상청이 법무법인 KHL도 대리인으로 선임하면서, 지평과 KHL이 기상청 승소를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게 됐다. 이들은 원심에서 지엽적인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됐다며 이를 바로잡는데 주력했다. 기상법령상 기상청이 사용료를 책정할때는 국토부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는데, 반드시 따라야 하는 조항은 아니라는 점을 피력했다. 기상청과 국토부간 의견 차이가 발생한 것을 두고 기상청의 ‘재량권 남용’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김현석 KHL 변호사는 "기상청과 국토부의 내부 논의 과정에서 국토부가 아무래도 자신들 본래의 업무가 아니니 비율만 고려해 의견을 (기상청 결정보다 낮게) 달았던 것이 너무 강조가 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일부 착시 현상이 일어나 2심에서 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사용료 인상 비율만 보면 85%로 높아 보이지만, 고객 1인당 기상정보 사용료로 전환하면 몇 십원 수준에 그친다"며 "상고심에서는 인상 비율에도 불구하고 실제 항공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크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사용자 부담 원칙으로 가는게 맞다는 부분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법원은 이러한 KHL의 주장을 받아들여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해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005년부터 항공사에 부과한 사용료 총액은 정보 생산 원가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10년간 원가 대비 사용료 징수 부족 금액 누적은 약 1300억원"이라며 "이는 이용자(항공사)가 아닌 국가의 재정으로 충당됐다. 인상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사용료 징수 예상 금액은 여전히 원가 대비 약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기상법령에 따르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결정할 권한은 기상청장에게 부여하고 있으며 청장의 폭넓은 재량과 정책 판단에 맡겨진 사항"이라며 "국토부 장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해야 할 법적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파기환송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역시 지난달 31일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항공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관·대형로펌 거친 '엘리트' 변호사로 무장한 KHL


법무법인 KHL은 규모만 보면 20명이 안되는 소형 로펌이다. 하지만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심의관 등 법원 내 주요 보직을 역임한 판사 출신과 김앤장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등 대형 로펌 출신의 변호사들로 꾸려져 내공이 탄탄하다. 지난해 11월에는 최연소이자 사상 첫 여성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김소영 전 대법관이 KHL에 합류했다.


김현석 대표 변호사(사법연수원 20기)는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및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지냈다.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최 회장 측을 돕고 있기도 하다.

함윤식 변호사는 서울고법 고법판사 등을 거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으며,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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