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에 대한 투자 성과급 분쟁에서 벤처캐피탈(VC) 전직 임원이 대법원까지 간 끝에 승소했다. 성과급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2심 결과가 대법원에서 극적으로 뒤집힌 셈이다. 특히 크래프톤이 곧 상장을 앞두고 있어 향후 분쟁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8일 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6월 24일 부경훈 전 케이넷투자파트너스(케이넷) 이사가 케이넷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지급 소송 상고심에서 케이넷의 손을 들어줬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부 전 이사의 손을 들어줬다.
벤처캐피탈인 케이넷은 크래프톤의 초기 투자사 중 하나다. 케이넷은 2009년 벤처펀드를 조성해 크래프톤에 99억원을 투자했다. 크래프톤 상환전환 우선주 66만주를 1주당 1만5000원에 사들였다. 당시만 해도 크래프톤은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렇다할 성과도 없는 상황이었다. 케이넷 설립 때부터 활동했던 부 전 이사는 다른 케이넷 경영진과 갈등을 빚고 2014년 10월 퇴사했다.
이때 부 전 이사는 케이넷과 ‘성과급 지급 확약서’를 작성했다. 케이넷이 조성한 벤처펀드에서 투자가 성공해 성과급을 받으면 자신의 몫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크래프톤은 이후 자회사를 인수해 배틀그라운드 개발에 착수했고 2017년 12월 게임이 정식 출시됐다. 이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도 급등했다. 그러자 케이넷은 2018년 9월 보유한 크래프톤 주식 66만주 중 20만주를 1300억원에 매각해 투자차익을 일부 회수했다. 펀드에서 성과가 나면서 케이넷은 138억2714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하지만 케이넷은 부 전 이사에게 약속한 성과급을 주지 않았고, 소송으로 이어졌다. 앞선 1심과 2심은 정반대의 판단을 했다. 1심은 확약서의 문구를 있는 그대로 보고 케이넷이 부 전 이사에게 성과급을 줘야 한다고 봤다. 확약서는 ‘당사 성과급 지급 규정(2009년 3월11일 작성)에서 정한 파트너별 성과급 중 원고에게는 지급해야 할 성과급의 7분지 6 금액을 지급’이라는 문구가 전부다.
반면 2심은 ‘7분지 6금액’이라는 문구를 문제 삼아 부 전 이사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이 문구가 7년의 펀드 존속기간이 만료되고 최종 결산 또는 청산 시에 내부수익률이 기준수익률을 초과할 경우 성과급의 7분의 6을 지급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판단했다. 펀드 존속기간인 2015년 11월 23일에는 배틀그라운드 개발이 시작도 되지 않았고, 내부수익률도 기준수익률을 밑돌고 있었으니 성과급을 줄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확약서 문구를 있는 그대로 판단한 1심 판결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확약서의 문언상 ‘투자조합으로부터 피고의 성과보수 수령’ 사실만을 원고의 성과급 청구권의 발생조건으로 볼 수 있을 뿐”이라며 “‘7분지 6′이라는 문구는 예정된 투자조합의 존속기간 7년 중 6년째에 중도 퇴임하는 원고의 상황을 고려해 성과급을 감액해 지급하도록 하는 성과급 제한의 취지로 해석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확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투자조합의 존속기간 내 피고가 투자조합으로부터 성과보수를 수령할 것’이라는 조건이 부가된 것으로 의제함으로써 피고의 확약서 상 채무의 발생을 부정한 원심판결에는 처분문서 및 정지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 전 이사가 대법에서 승소하면서 성과급 분쟁은 수천억원대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재판에서 양측이 다툰 것은 케이넷이 2018년 9월 매각한 20만주에서 발생한 성과급이다. 케이넷은 여전히 크래프톤 주식 46만주를 보유 중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크래프톤의 희망 공모가는 40만~49만8000원으로 적정 시가총액만 29조1662억원에 달한다. 케이넷은 1주당 1만5000원에 크래프톤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에 상장 후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결정하면 투자차익만 200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법원이 부 전 이사가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고 인정한 만큼 나머지 투자차익을 놓고도 양측이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부 전 이사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재판을) 시작할 때는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들었는데 결론이 이례적으로 상당히 빨리 나와서 다행”이라며 “파기환송심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