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왼쪽), 김현석
한승(왼쪽), 김현석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13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을 담당할 변호인으로 김현석(54) 변호사를 추가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소영 관장은 지난 5월 기존 변호인단을 사임시키고 이 사건을 전주지법원장 출신 한승(57) 변호사에게 맡겼다. 법조계에선 "손꼽히는 전관 변호사 두 명이 맞붙게 됐다" "별들의 전쟁"이란 말이 나왔다. 노소영 관장이 사법연수원 수석 수료에 '대법관 0순위'로 통하던 한승 변호사를 선임하자, 최태원 회장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브레인'으로 통하는 김현석 변호사를 선임해 맞불을 놓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최근 노 관장의 변호인이 한 변호사로 바뀌었다는 기사를 보고 "한승이 그렇게 대단한 변호사야?"라고 참모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또 노관장이 한승 변호사 외에 지배구조 전문 변호사도 추가 영입하는 등 공세적으로 나오자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김 변호사를 추가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두 변호사는 공통점이 많다. 모두 대법원의 상고심(3심) 실무를 총괄하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중에서도 법리(法理)에 강한 사람이 가는 최고 엘리트 보직이다. 이 자리를 거치면 '대법관 후보'로 꼽히는 경우가 많았다. 한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인 2013~2014년 이 자리에 있었다. "당시 한승 수석재판연구관이 한마디 하면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그걸 기초로 검토 보고서를 썼다"(부장판사)는 말이 있을 만큼 영향력이 컸다.


김 변호사는 2017년 2월부터 2년간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임명돼 양 전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과 함께 일했다. 특히 대법관 경험이 없는 김 대법원장이 그를 유임하고 상고심 재판 분위기를 익힐 정도로 신임이 커 '김명수의 브레인'이라고도 불렸다. 수도권 한 법원장은 "한 변호사는 복잡한 사건의 맥을 금방 잘 짚고, 김 변호사는 방대한 기록을 숙지해 단단한 논리를 만드는 스타일"이라며 "서로 매우 까다로운 상대를 만났다. 재판 결과가 궁금하다"고 했다.

둘은 평판사 때부터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탁돼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두 사람은 같은 재판부에서 근무한 적은 없다. 법원 관계자는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주니어 때부터 법원 내 실력파로 분류돼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올해 초, 김 변호사는 작년 초에 사표를 내고 법복(法服)을 벗었다. 두 사람 모두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 사건에 휘말려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한 변호사는 이 사건에 연루됐다며 정치권의 공격을 받았고, 김 변호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청 앞 포토라인에 서기도 했다. 둘은 이 사건으로 형사처벌은 물론 내부 징계도 받지 않았지만 마음고생을 했고, 이것이 법원을 떠난 주요 원인이 됐다는 관측이 많다.

두 사람은 각광받는 전관 변호사로 통한다. 한 변호사는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을 맡아 이 부회장의 구속 영장 기각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변호사도 최근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 논란에 휘말린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사건을 맡아 이 전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