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재산분할을 놓고 다투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7개월만에 재개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재산분할의 키를 쥐고 있는 감정평가사들에 대한 심문이 진행됐다. 심문 결과를 바탕으로 감정평가사들은 양측 재산에 대해 감정을 진행하고, 이후 다음 심문기일을 잡게 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전연숙 부장판사)는 2일 오후 2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 대한 네 번째 법정신문을 진행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둘다 불참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에게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가운데 42.99%에 대한 재산분할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이 요구한 SK 주식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재판부가 선정한 감정평가사는 모두 3명이다. 삼덕회계법인의 이모 회계사와 통일감정평가법인의 김모 평가사, 대화감정평가법인의 김모 평가사다. 이 회계사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에 대한 감정평가를 맡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감정평가법인의 김모 회계사는 국내 첫 미술전문 감정평가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재산분할 대상에 최 회장이 보유한 미술품도 포함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화감정평가법인은 부동산 전문 감정평가업체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 미술품 등 다양한 종류의 자산에 대해 감정평가가 진행 중인 셈이다.

이날 재판은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양측 변호인단과 감정평가사들은 모두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말을 아꼈다. 양측 변호인단은 "가사재판은 비공개가 원칙이라 진행 상황을 외부에 전하지 말라는 재판장의 간곡한 당부가 있었다"고만 밝혔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쟁쟁한 전관 변호사들로 팀을 꾸려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은 법무법인 원의 유선영, 조숙현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의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KHL)의 김현석 변호사 등을 소송대리인에 선임했다. 법무법인 원은 최 회장 이혼소송 외에 삼성가 이건희·이맹희 분쟁에서 고 이건희 전 회장을 대리했고, 한진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하는 등 재벌가 분쟁을 여럿 다루고 있다. 유선영 변호사와 조숙현 변호사는 모두 가사법, 상속, 승계 분야의 전문가다.

케이에이치엘 김현석 변호사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이고, 로고스 배인구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이다.

노 관장 측은 한승 변호사와 법무법인 기현이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승 변호사는 전주지법원장 출신으로 '대법관 0순위'로 불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기현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이 설립한 로펌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조 단위의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